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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떠오르는 걸 끄적이는 중...


1.

AOA 설현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빠져들어 남초 사이트에서 이미지가 바닥을 찍었다. 남녀 사이에 벌어진 첨예한 대립 과정에 설현 본인의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은 채, 양측 모두 믿고 싶은 것만 굳건하게 믿고 사력을 다해 싸우는 중이다. 사실, 설현이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서로 혐오할 도구가 필요했을 뿐. 설현은 그 타이밍에 딱 맞게 등장한 피해자에 불과하다.



2.

대한민국 사회에 여성 차별이 판쳤던 건 분명히 사실이다. 일본의 방식이 조용히 자리잡기도 했다. 뭐든지 여자를 구분하고 특정해서 직업군의 앞에 '여'를 붙여 비아냥대는 방식이 그것. 예를 들어 '여경'이란 말은 자주 써도 '남경'이란 말은 거의 안 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일본에서 '죠시아나(여자 아나운서), '죠유(여배우)', '죠시료쿠(여자력)' 등의 여성 특정의 표현을 써가며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가 한국에 살며시 기어들어온 것이다. 아마 대부분 이상하다고 생각조차 안 했을 터. 얼마 전 한국팀 덕분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멕시코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눈가를 치켜 올리며 한국에 고마움을 표현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들은 그게 인종차별이란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우리 역시 여성 차별 자체를 인식조차 못 했던 것이다.



3.

여성이 지금의 지위를 얻기까지 긴 시간에 걸쳐 많은 희생이 있었다. 참정권조차 없던 여성들이 어떤 희생을 해가며 지위를 올렸는지 아마 지금의 페미니스트들은 감도 못 잡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인권운동 중 '미러링'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지금 우리나라는 메갈충이니 웜충이니 하는 말을 쓰며 페미니스트들을 비난하고 있는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에서도 '페미나치'라는 말이 유행하며 페미니스트 사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외국에선 페미니스트가 굉장히 지지를 얻는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외국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의 미러링과 같은 극단적인 태도 때문에 혐오하는 사람이 범람하고 있다. 그리고.......




4.

혜화역 시위는 페미니스트 단체(가 정말로 맞는지 의문이지만)가 저지른 최악의 선택이다. 안 그래도 메갈충, 웜충이라 불리며 여초 사이트들도 꺼려하는 이들이었는데, 여성이 가해자라서 몰카 범죄를 빠르게 처리했다며 반발하다니 반응이 좋을 리가. 이런 건 페미니즘이 아니라 어그로에 불과하며, 지금 한참 남초 사이트에 퍼져있는 여성 불신과 여혐을 더욱 심화케 하는 결정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쯤에서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우린 저들과 다르다'라고 선을 확실하게 그어야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저들과 반쯤 동거하는 식으로 활동해온 페미니스트들이 이제와서 선을 긋는다고 믿어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저 시위에 참여한 이들마저 보이는 모양이니 이제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은 암흑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한다.



4-1.

결정타는 '문재인 재기해'와 '한남 유충'이다. 여성 인권에 상당히 신경 써주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런 소릴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아이와 함께 시위에 참여하려고 하자 아이라고 해도 결국 한국 남자의 유충이라며 안 된다고 한 건 자폭 행위다. 이를 기점으로 워마드와 비슷한 류의 사이트를 제외한 모든 여초 사이트의 여론이 등을 돌렸다. 원래부터 "미친 거 아니냐"는 반응이 많긴 했지만, 이제 여초 사이트에 워마드 성향의 유저가 나타나면 "너네 놀던 곳으로 돌아가"가 아니라 "나가 죽어 X년"이란 말이 튀어나온다.



4-2.

사실, 저런 페미니스트 사이트에서 하는 남혐 행위가 정말 미러링이긴 한 건지 의문이 든다. 경찰 내 여성의 비율을 90%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 범죄자가 여성 경찰을 보고 "어라! 여성이시군요! 살살 싸울게요!"라고 하는 로맨틱한 상황을 바라는 걸까?



5.

지금 일본에선 장마가 덮쳐 난리가 났는데, 어차피 도와줘봤자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인데 걱정할 필요 없고, 다 죽는 게 낫다는 둥의 댓글들이 범람했다. 단순히 "도와줘도 저렇게 우릴 싫어하고 위안부 협의를 비롯한 여러 사건으로 뒤통수를 쳤으니 은혜를 모르는 게 분명하다"는 거면 100%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지진 당시 한국인이 수백억 원을 모아 기부했음에도 보도자료에 한국이 아무것도 기부하지 않은 것마냥 현황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거짓 자료를 가져다가 은혜도 모른다고 하는 건 좀 이상하다. 당시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 엄청난 금액을 기부했다고 여러 차례 보도했다. 어차피 일본을 혐오할 요소는 넘치고 또 넘치는데 자료를 왜곡하면서까지 혐오할 걸 추가할 필요가 있나? 그러면 유튜브 등에 날조된 정보를 퍼트려 혐한 사상을 퍼트리는 일본의 넷우익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설마 저 페미니스트들처럼 미러링한답시고 자폭할 생각은 아니겠지. 



5-1.

지금도 미스테리다. 일본이 무슨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당시 왜 그렇게 대대적으로 모금했던 건지. 개개인이 알아서 기부하는 정도야 있을 수 있겠지만,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게 모금해서 엄청난 금액을 기부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일본은 그렇게 다른 나라로부터 기부 받을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설사 가난한 나라라고 해도 피해자였던 우리가 저들을 위해 무언가를 기부한다는 건 기가 막힌 뻘짓이고. 



6.

어쨌든 이윽고 혐오가 유행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디스토피아는 멀지 않았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리알 2018.07.11 11:04 신고

    이번에는 천주교까지 끌어 들였던데...
    진짜 혼돈의 도가니탕인 세상입니다.
    역시나 인간 세상이 좀 조화로운 방향으로 가려면
    강력한 외부의 적이 필요한 건지...
    하긴, 역사를 보면 외부의 적 핑계로 이런 일들을 더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자랑스럽게 저지를 게 뻔해 보이지만... ^^

    • BlogIcon 즈라더 2018.07.13 15:02 신고

      외부의 적뿐 아니라 여적여라는 말을 퍼트리며 내부의 적도 만들고..
      그냥 전부 다 혐오하고 증오하고 죽이려 드는 세상입니다..

  2. 2018.07.11 13:3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8.07.13 15:11 신고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만, 문통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거와 별개로 철저하게 처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3. Real 2018.07.11 22:06 신고

    혐오의 세상이 아니라 이제껏 숨겨온 악한 본성이 튀어나온거라 생각해요
    불과 백년전만해도 사람 죽은걸로 깔깔대고 웃던게 인류의 조상들이었습니다

  4. Polaris 2018.07.12 12:46 신고

    전국민이 이번 사태 때문에 박사모나 대한애국당과 같은 집단을 지지하거나, 심지어 여성은 투표권을 박탈당해야 한다거나 일자리에서 전부 퇴출되야 한다거나, 심지어 여성을 강간하는 건 권장되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에 동조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걸 보면 정말 [주토피아]가 생각나네요. 혐오는 혐오로 맞서면 안 되는 건데...

    • BlogIcon 즈라더 2018.07.13 15:11 신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가진 않겠죠.
      다만, 당분간 여성 인권 상승은 어림도 없을 겁니다.

    • Polaris 2018.07.14 02:56 신고

      지금까지 그래도 나름 발전이 있었는데, 꼭 래디컬 페미니즘이 발목을 잡네요...

      일단 워마드부터 어떻게 해야 할 텐데, 하필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말이 있으니(...)...

      P.S. 페미나치란 단어는 저도 미국에 있어서 많이 들었습니다만... 해외에서도 한국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큰가 보군요? 혹시 해외에도 워마드 같은 게 있나요?

    • BlogIcon 즈라더 2018.07.15 12:57 신고

      대체 우리나라는 뭐가 이렇게 극단적인 건지 원....

      저쪽도 사람 사는 동네니 워마드 같은 곳이 없을 리가요.
      반응을 보니까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인간들 모아서
      조리돌림하더군요..

  5. 앙팡 2018.07.13 17:26 신고

    훌륭한 글이에요. 이렇게 조리있게 적지는 못하지만요... 페미니증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뭔가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는 여성들도 널렸고, 그런 사람들을 보고 또 페미니즘 자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남성들도 너무 많고... 그냥 사람들이 자기가 처한 입장과 대치되는 입장도 고려해줄 수 있는 여유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흑백논리 싫어요ㅜ.ㅜ 물론 저 역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그러워지는 방법을 배우려 다 같이 노력했으면... 얼마나 세상이 각박하면 굳이 만들 필요 없는 적을 만들려 할까 싶긴 합니다. 물론 그에 불을 붙이는 사건들이 일어나기 때문이겠지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이란 결국 배려에서 나오는 건데... 그런 세상은 불가능한가 봐요.

    • BlogIcon 즈라더 2018.07.15 12:38 신고

      그 극단주의자들.. 래디컬 패미니스트들.
      이들을 빠른 시간 안에 끊어내야 했는데,
      끊어내기는커녕 완전히 찰싹 붙어서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줘야
      한다는 식의 여성계 반응이 많았고
      그냥 노멀하게 가던 패미니스트들조차 점차 래디컬에 동조하고
      그쪽 사상으로 쫓아가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지금 우리나라 패미니스트의 절반 이상이
      래디컬이 되어버렸어요. 어쩌면 누구 말마따나 8할은 래디컬일 수도요.

      이꼴이 되도록 방치한 여성계는 반성해야 합니다...

      정말 이제 혐오하는 것도 혐오하는 걸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지 말입니다.

  6. 손님 2018.07.14 01:08 신고

    혐오 쪽은 이리저리 따질 거 없이
    누가 돈줄이냐 만 알면 되죠

    뒤에서 돈대주는 놈만 아작나면
    완전 정리될테니

    그리고 인생은 실전이라구 다 까놓고
    보여주면 나대질 못할겁니다

    그냥 비겁한 악마들 일뿐.....


    일본쪽 수해는 인간적으로
    참 딱하고 어서 복구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천벌받을 것들이란
    생각도 들고

    오묘하네요 허 ....

    • BlogIcon 즈라더 2018.07.15 12:41 신고

      전 시위하면서 저렇게 보안에 철저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조차 제한된 구역에서 보여줄 사람만
      찍게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야 시위하는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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