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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 했던 이유를 잘 생각해봤는데, 결론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영화에 담긴 이야기의 헛점은 뜻밖에 그렇게 크지 않다. 비중이 큰 중국 배우들(억지로 담긴 중국어를 포함해서) 역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지닌 게 아니라면 그러려니하고 넘길 수 있다. 애초에 <퍼시픽 림> 자체가 이런저런 억지를 딛고 양덕의 소원 성취를 추구했던 영화라 속편이 담고 있는 문제점치곤 오히려 그럴싸하다. 이런 전제를 깔고 이유를 찾으려니 쉽지 않을 수밖에. 그래도 한 번 파보자.



 전편에서 짧은 러닝타임 안에 꾹꾹 눌러담겨 각자 빛을 발했던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을 <퍼시픽림: 업라이징>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게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 훈련생들이 아닌, 지옥 같은 전쟁에서 현장을 경험해가며 일어선 베테랑 레인저들이 티격태격대며 존재감을 발산할 때, 언제 티격태격댔냐는 듯 잊지 않고 희생해줄 때의 감격이 <퍼시픽 림: 업라이징>엔 없다. 배경이 제대로 서술조차 안 된 훈련생들이 희생해봤자 임팩트가 부족할 수밖에 없음에도 왜 그런 억지스런 설정을 담았나 모르겠다. 심지어 사실 상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였던 제이크의 매력이 제로를 향해 끝없이 곤두박질친다. 극의 모든 요소를 끌어다 멋져보이려고 포장을 해줬는데 멋지지 않으니 불만이 안 생길 수 있나.


 어쩌면 신선함과 치열함의 격이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다 가운데 격렬한 폭풍 속에서 어선을 두고 카이쥬와 대치하던 <퍼시픽 림>의 예거. 피가 끓어올라 온 몸이 찌릿하던 그 순간의 임팩트를 속편이, 그것도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재현해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또한, <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예거와 카이쥬는 이것저것 화려한 기술을 남발하지만, 뜻밖에 나약해서 치열함이 전편에 비해 약간 부족하다.


 전편을 보고 길예르모 델 토로를 향해 절이라도 올릴 것처럼 환호했던 이들이 이 무난한 속편에 환호하지 않은 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의 차이일 것이다. 영화는 논리가 아니니까. 그래서도 안 되고.


 <퍼시픽 림: 업라이징> 4K 블루레이는 기대했던 만큼 현란하다. 상당한 분량의 CG를 동반한 타이틀이라 2K DI와 업스케일링의 효과만으로 그럭저럭 볼 만은 하고, 애초에 아리 알렉사 미니와 XT로 찍은 영화는 4K DI를 만들어도 그에 준하는 화질이 안 나온다. 아리의 안이함과 보수적인 태도가 영화계에 안긴 끔찍한 답보. 다행히 그런 현실을 잊게 할 만큼 현란한 HDR 그레이딩이 이 타이틀의 영상을 살렸다. 번쩍번쩍 빛나는 HDR 효과가 무조건 좋은 건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만큼은 그렇게 해줘야 한다. 깊은 블랙을 얻고 대신 암부 계조를 잃은 경향도 있는데, 블루레이의 SDR과 직접 대조하지 않는 한 거슬리는 일이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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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이좋은 2018.08.07 13:35 신고

    차라리 완전 다른 영화였으면 그러려니 했을건데 전작의 느낌과 너무 다른 느낌이 나와버려서..

  2. 베리알 2018.08.08 13:47 신고

    이미 확고하게 다른 영화일 거라 예상하고 봤고,
    나름대로의 개성적인 요소들은 나름 인정할 수도 있고
    특히나 후반 시퀀스에서 경첨의 활약은 아주 좋았고
    (겨드랑이 뿐 아니라, 그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괜찮았었다는 얘기... ^^)
    그렇긴 한데...

    그리하여 뭔가 아쉬운 마음에 1편 바로 돌려 보니 뚜시궁!
    역시 2편은 제가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다는 걸 아주 절절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의미하게 더 넓어진 화면비도 그렇고, 역시 괴수의 존재감 연출 자체가 넘사벽
    게다가 초거대 크기인 예거들조차 그런 거대한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걸
    확실히 알 수 있는 1편의 위엄...
    정말 감독의 그 덕후 집착이란 게 새삼 대단하더군요.
    하긴, 1편 서플 보면 이건 뭐 영화 감독이 나와서 영화 얘길 하는 건지
    거대괴수 덕후가 덕후질 하려고 영화를 이용했다는 건지 모를 지경이긴 합니다만... ^^;;;

    • BlogIcon 즈라더 2018.08.10 17:17 신고

      이래저래 방향성이 달라진 건 확실해보입니다.
      많은 분이 실망한 이유도 아마 거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구요.

      그런데 진짜로 2.35:1은 오버 아닌가요? <고질라 2014>의 무토 같은 크리쳐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2.35:1을....ㅡㅡ;;;;

  3. Polaris 2018.08.08 15:00 신고

    분위기가 밝아진 건지 어두워진 건지 분간이 어려운 점도 문제인 듯 합니다. 아무리 봐도 밝은 분위기 같은데, 쓸데없이 잔인한 시체장면이 나오는 걸 봐선...

  4. BlogIcon 런투 2018.08.08 21:47 신고

    전 보진 못했는데, 별로였나봅니다 ^^

  5. 손님 2018.08.20 05:09 신고

    1편은 블루레이가 있어 2편도
    고심 중인데

    특유의 타격감과 무게감이 사라져서
    많이 아쉽더군요

    중국쪽은 그렇다쳐도 그냥
    트랜스포머 보는 느낌을 받은

    보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더군요

    두고 볼 것 같지 않아 블루레이는
    장바구니에 놓기만 한 상태죠

    1편의 쫄깃한 심정은 어디 갔는지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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